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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도 없고 해서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올라서 생각을 좀 적어보려고한다. 

나는 2014년에 첫 직장을 잡았다. 대기업 계열사였지만 계열사인 터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당연히 초봉은 매우 낮았고, 다음해 첫번째 연봉 협상때 거의 10%가 약간 안되게 인상이 됐는데 시작이 작으니 오르는 돈도 매우 적었다. 그래도 아직은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다녔다. 무엇보다도 팀장님이 실력이 좋으셔서 배울게 많았다. 두번째 연봉 협상때는 좀더 어필을했다. 업계 평균 만큼은 받고싶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형평성 때문에 여기서 더 올려줄 수는 없다고하시더라. 당시 개발자는 팀장님과 나 둘뿐이었고, 다른 직원들과 나는 하는 업무가 완전 다른데 왜 형평성을 언급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첫 이직 준비를 했다. 처음엔 그냥 연봉만 맞으면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다.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는데 그중에 교보문고도 있었다. 1년 계약직 후 정규직 전환 이라는 조건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집에서 가깝고 연봉도 나름 괜찮았고, 했기 때문에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은 4명이 함께 보았다. 임원으로 추정되는 분들 3분이 계셨고 이것 저것 물어보셨었다. 기술적인 질문은 별로 없었던걸로 기억하고 근야 기획적인 질문이랑 일하는 마인드 뭐 이런걸 봤던거같다. 5년도 넘게 지난 지금 아직도 그때가 기억이 나는데 여자분 한분과 남자 2명 나 이렇게 4명이었다. 단체면접을 보면 어느정도 짐작이 된다. 질문을 하는 빈도수, 다른 사람들의 대답 면접관의 표정과 대답 이후의 반응 등 여러 요소들로 면접 결과를 대충 예상할 수 있다. 여성분은 긴장을 많이하셨는지 대답할때 많이 떨면서 대답하셨고, 비전공자라는 점을 면접관이 싫어했다. 남자분 한분은 나이가 많다는것을 면접관들이 대놓고 우려했고, 기존 교보 문고 서비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니까 면접관들 표정이 안좋아지더라. 나머지 한분은 역시 많이 긴장하셨는데 대답을 할때 약간 말을 더듬어가면서 대답하시고, 뜬금없이 본인은 오타쿠라는 이야기를 하고 뭐 그러시더라. 나는 무난하게 대답하고 면접관들 표정도 좋았다. 질문 비율도 다른사람 한번씩 질문할때 나한테는 3~4번씩 질문하시고 그러시더라. 면접을 보면서 느껴졌다. 아 여기 붙을 수 있겠다. 면접이 끝나고 교보문고에서는 면집비도 줬다. 처음으로 면접비를 받아봤다. 옳게 된 회사는 이런 회사지 라는 생각을 했다.  면접비를 받고있는데 직원분이 지나가시면서 아까 오타쿠라고 이야기한분과 반갑게 인사를한다. 아는사이인가보다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보문고에서 외주를 주는회사의 개발자인듯하다. 인사하신분은 교보문고 개발자시고. 두분이 사이가 좋다. 여기서 쎄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면접 내용이 내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내가 붙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일단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면접보고왔는데 느낌이 좋다고. 붙을거같다고. 팀장님은 다음 팀장회의때 대표님께 보고를 하셨다. 당시엔 조금 야속했지만 지금은 그게 팀장님이 해야할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있기에 괜찮다. 대표님은 나보고 바로 퇴사일을 잡으라고 하셨다. 아직 붙은것도 아닌데 조금 불안했다. 그래도 잘 될거란 생각이 있었다. 며칠뒤 결과가 나왔는데 탈락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오타쿠라고 말씀하신 그분께서 합격하셨지 싶다. 당시엔 무슨 인맥동원해서 취직을 하느니 하면서 열을 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함께 일해본 적 있고, 어느정도 검증된 사람이니 그사람이 뽑히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분이 면접이 끝나고 나왔는데 경쟁자중에 그 회사 직원이랑 친한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사람이 뽑힌다고 생각을 하는게 좋다.

어쨋든 퇴사일은 잡혔는데 나는 면접에 떨어졌고,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일만 남았다. 출근해서 팀장님께 말씀드렸다. 나 떨어졌다고. 그때부터 팀장님도 여기저기 알아봐주시기 시작하시더라. 전직장 동료분들께 연락하셔서 개발자 필요한지 알아봐주시고 실제로 몇군대 추천서도 받았던거같다. 그러다가 대표님이었나 이사님이었나 기억은 안나는데 내 상황을 들으시고는 이직 갈곳 안 정해졌으면 같이 더 일해보자고 하셨다. 그러면서 연봉도 조금 올려주셨다. 다행이었다.

근데 내가 진짜 전화위복, 새옹지마 라고 느낀건 몇달 후다. 쿠팡 리쿠르터가 이력서좀 달라고하더라. 그래서 이력서를 줬고, 열심히 준비했고, 합격했고, 연봉도 많이 올랐다. 내가 교보문고에 합격했으면 이직한지 3개월도 안된 시점이었고, 약간 오른 연봉에 만족 중이었을 것이고, 쿠팡이라는 회사의 벽이 너무 높게 느껴저서 아마도 이력서를 안줬을거같다. 하지만 나는 교보문고에서 떨어졌고, 약간올랐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연봉의 회사에 다니고있었다. 그결과 합격했고, 좋은 회사에서 좋은 개발자들과 일할 수 있었다.

결국 앞일은 어찔될지 모르는거같다. 그때 인맥으로 채용됐다고 부조리하다고 느꼇던것들은 지금와서는 당연하다고 인식하고있고, 그때 떨어저서 좌절했지만 결과적으로 내커리어를 좋게 만들어줬다. 그러니 무슨일이 있어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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